"문신 새기고 가장 힘든 건 선입견이에요. 길거리에서도, 목욕탕에서도 모르는 사람들이 '양아치'로 바라보는 그 차가운 시선이요. 그게 싫어서 요즘같이 푹푹 찌는 여름에도 토시를 벗을 수가 없어요."
문 군(19)은 어깨에서 팔꿈치 아래까지 이어지는 부근에 큰 문신이 있다. 17세 철없던 시절 호기심으로 시작된 실수였다. 그는 "그땐 몸에 그림이 있으면 멋있어 보이고 세 보인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당시를 반추했다.
문신에 대한 생각이 바뀐 건 소년원에서였다. 문 군은 "그곳에서 미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문신한 게 너무 후회되더라"며 말을 이어갔다.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내 팔에 있는 문신을 보고 무서워할 거 같기도 하고 따라 하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제일 두려운 건 소년원을 나간 뒤 내 문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이었어요."
문신을 제거해 본 경험자들에 따르면 문신은 새길 때보다 지울 때 2, 3배 더 큰 고통을 수반한다고 한다. 문 군은 소년원 내 문신 제거 프로그램을 통해 4번째 수술까지 받았지만, 문신을 모두 지우지 못한 채 그곳을 나왔다.
그 역시 "문신제거수술 도중에 도망을 치고 싶을 정도의 고통이었다. 마취하지 않은 채 수술을 받아 더 참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부산시가 문신을 제거하고 싶은 청소년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다.
부산 동부보호관찰소에서 청소년들을 상담하던 직원들은 이들 중 상당수가 한때의 충동과 호기심으로 새긴 문신 때문에 학교와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더 심한 비행에 빠져들거나 재범의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문제점도 발견했다.
인터뷰에 응한 문 군(19)의 문신. 소년원에서 일부만 지운 채 출소해 나머지 부분에 대한 추가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부산보호관찰소 제공) © News1
청소년들이 문신을 후회하면서도 지울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보통 한두 번의 수술로 끝나지 않고 치료 기간도 길게는 1~2년이 소요되다 보니 문신 제거 비용이 1000만 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배용찬 부산대학교 성형외과 교수는 "문신제거수술은 문신의 크기, 부위, 깊이, 색깔 등에 따라 횟수와 비용이 천차만별"이라며 "1회로 끝나는 수술은 거의 없다. 개인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최대 30회 이상까지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부산시, 부산대학교병원, 부산보호관찰소, 부산동부보호관찰소, 한결재단 등 지역사회 '어른들'이 힘을 모았고 청소년들이 앞으로 건전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청소년 문신제거 시술사업'에 동참하기로 약속했다.
이번 사업을 통해 우선적으로 문신제거수술을 받는 청소년들은 문 군을 포함해 총 29명이다.
문신제거 시술대상 청소년은 우선적으로 보호관찰소에서 보호중인 청소년으로 하되, 차후 부산대병원과 한결재단이 협의해 시설아동, 학교 밖 청소년 등으로 대상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부산보호관찰소 임민규 계장은 "우선 해당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관찰소와 병원에서 상담을 실시한 다음 안면이나 목, 팔, 종아리 등 밖으로 드러나는 부위나 쉽게 표시가 나는 곳에 문신이 있는 청소년을 우선적으로 수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군은 "얼른 문신을 제거하고 당당하게 옷을 벗고 다니고 싶다. 이 더운 여름에도 얇은 긴팔을 입거나 토시를 끼지 않고 사람들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다녔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장 바라는 건요. 문신 있다고 해서 다 건들건들거리고 양아치거나 그렇진 않거든요.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사정이 있는 저같은 사람들도 있는데 문신만 보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았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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